경주시 원전환경감시기구 조례 개악?... 행정주도 더욱강화 우려 커
경주시 원전환경감시기구 조례 개악?... 행정주도 더욱강화 우려 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4.04.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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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원자력분야 근무경력자’
딱 한문장이다.

경주시가 지난 19일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장기간 공석중인 민간환경감시센터장 채용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하는 자격요건은 위에서 기술한 단 한 문장이다.

위쪽은 현행 경주시조례의 센터장 자격요건, 아래는 산자부 운영지침의 센터장 자격요건. 경주시는 조례개정을 통해  자격요건을 폐지하고 산자부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자부 지침의 맨 아래 붉은색 칠한 부분, 한 문장을 추가하는 것이다.
위쪽은 현행 경주시조례의 센터장 자격요건, 아래는 산자부 운영지침의 센터장 자격요건. 경주시는 조례개정을 통해 자격요건을 폐지하고 산자부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자부 지침의 맨 아래 붉은색 칠한 부분, 한 문장을 추가하는 것이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현행 경주시조례에서는 감시센터 직원의 자격요건은 별표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를 삭제했다.
대신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ㆍ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환경감시기구 운영지침」에 따른다는 것으로 변경했다.
얼핏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삭제한 경주시조례의 별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운영지침’에 있는 감시센터 직원의 구성과 자격요건은 99% 동일하다.
센터장의 조건으로  위에서 언급한 단 한 문장이 추가되는 것 뿐이다. 

경주시가 처음 조례를 만들면서 센터장의 자격요건을 규정할때는 산자부 지침의 ‘20년 이상 원자력분야 근무경력자’라는 문장을 오히려 삭제하고 만들었다.
그리고 ‘20년이상 원자력분야 근무경력자’라는 자격요건을 제외한채 센터장을 뽑아왔다.
그러나 2021년이후 더 이상 센터장을 뽑지 못하게되자, 경주시 스스로 강화했던 자격요건은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경주시 별도규정은 아예 삭제하고, 원래대로 산자부 운영지침을 따르는 것으로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할까?
3년째 센터장 장기 공백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경주시 설명이다. 
‘종전 13년이상 원자력분야 실무경력자’라는 조항의 '실무경력'에 대해 산자부는 ‘방사능/선 측정 및 환경방사능 분석경력’이라는 해석을 달아 놓았다. 현실은 이같은 실무능력을 갖춘 센터장을 뽑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주시는 처음 조례제정때  산자부 운영지침에서 삭제 했던 문장, 즉 ‘20년이상 원자력분야 근무경력자’를 이번에는 포함하기로 하고 경주시가 별도로 만든 자격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경주시 원자력정책과 담당 관계자는 “산자부 운영지침에 있는 규정대로 ‘20년이상 원자력분야 근무 경력자’라는 요건을 포함하면 아무래도 채용이 좀 용이해 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산업체,원자력 교육기관,원자력 연구기관,환경감시센터 등의 원자력분야 경력자도 지원할 수 있어 그 만큼 채용요건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하다. 
경주시의 바람대로 이번 조례개정으로 3년째 공백상태인 환경감시센터장을 과연 뽑을수 있을까?
자칫 자격요건의 완화가 현재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주시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위상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조례개정안은 심각한 문젯점도 발견된다. 
민간주도에서 관주도가 더욱 강화된다는 것.
종전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이던 명칭은 ‘경주시 월성원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환경감시기구’로 변경했다. 실무기구인 ‘월성원전ㆍ방폐장 민간환경감시센터’ 명칭도 ‘월성원전ㆍ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환경감시센터’로 변경했다.
'방폐장'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로 변경한 것은 본래의 이름을 회복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볼수 있다.

민간환경감시구에서 '민간'삭제...확실한 관주도 감시기구 의지?

사진은 민간환경감시위원회 회의 모습.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경주포커스 자료사진.
사진은 민간환경감시위원회 회의 모습.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경주포커스 자료사진.

정작 문제는 '민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다.  
민간환경감시기구, 민간환경감시센터 등의 명칭에서 '민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명칭에서부터 '민간주도'를 없애고 확실하게 '행정우위, 관주도'로 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주시 조례는 '월성원전 및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월성지역본부와 관련한 환경 및 방사선 안전 등에 대한 효율적 감시를 위하여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두고 그 산하에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센터(이하 “감시센터”라 한다)를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주시의 경우 '민간환경감시위원회' 는 경주시장이 당연직으로 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  
현재에도 명칭은 민간환경감시기구이고 민간환경감시센터이지만, 사실상 경주시가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가뜩이나  행정주도의 , 그래서 민간환경감시기구의 독립성에 심각한 의문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조례개정으로 '민간'을 삭제해 버리면 '환경감시기구'의 독립적인 활동은 더욱 어렵게 되고, 행정주도, 행정우위의 조직운영을 더욱 강화 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원자력정책과 담당 관계자는 "전국 원전 소재지에 있는 4개 환경감시기구 협의회 차원에서 '민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수억원의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는 지자체 차원에서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사회단체 분위기가 나는 민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환경감시기구 협의회 차원에서 권고 했다는 것이다. 

예산확보가 중요한 지자체 입장으로 보면 일견 고육지책으로 볼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행정주도는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출범 이유를 사실상 부정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전환경감시기구는 2000년초  원전환경을 원전소재지역 민간주도로 감시하기 위해 출범했다. 그러나 사업자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태생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여기에 더해  민간환경감시기구의 대표를 원전소재지 지자체장이 맡으면서 관주도의 감시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오래된 일이다.
독립성을 상실한채 민간주도의 감시활동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다. 
이번에 조례를 개정한다면  민간주도의 독립적인 감시활동은 더욱 요원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입법예고한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5월9일까지 경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접수한다. 경주시는 6월에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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